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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수의 신용카드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문제로 신용카드 업계는 궁지에 몰렸고 소비자들도 혼란에 빠졌다.
카드업체들은 지불대행업체인 카드시스템즈 솔루션즈에 저장됐던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사실을 카드 소유주에게 알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JP 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MBNA 의 대변인들은 계좌가 실제로 도용되지 않는 한 고객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약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해도 카드 업체들은 해당 계좌를 폐쇄하고 새로운 카드를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조치는 개인정보 유출시 사건의 내막과 피해상황에 대해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 연방 위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있다. 이들은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경우 카드 소유주 스스로가 계좌 폐쇄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조 시미시안은 "위험에 대한 판단은 카드 회사가 아닌 고객 당사자가 하는 것이다. 만약 고객이 위험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액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방의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고객의 피해정도와 신용카드업계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기반 사업자들은 온라인에서의 카드 부정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이들 사업자들이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마스터카드가 공개한 사건 경위에 따르면 범인은 4000만개의 신용카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카드소유주의 이름, 계좌번호, 확인 코드가 포함돼 있어 부정사용의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약 20만건에 해당하는 기록이 카드시스템즈의 네트워크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건 체이스는 데이터가 유출된 개인들에게 통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카드회사, "개인에게 침해 사실 통보하지 않을 것"
현재 미국에서만 9400만 개의 신용카드를 발행한 모건 체이스의 대변인인 데이빗 챔벌린은 "아무리 많은 고객이 영향을 받는다 해도 개인에게 통보할 생각은 없다. 가능성만으로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부정행위가 발각되거나 고객이 부정사용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되면 신속히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그룹과 MBNA도 체이스와 같은 입장이다. 두 금융 서비스 업체 대변인들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계좌를 대상으로 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객들에게 온라인상이나 우편으로 송부되는 월별 고지서를 면밀하게 살펴줄 것을 권고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경우 유출사실을 고객들에게 개별 통보해야 하는지에 대해 내부에서 협의 중이라고 지난 21일 이회사의 대변인은 전했다.
이들 카드회사의 방침은 개인정보가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서 유출된 경우 해당기업은 고객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는 캘리포니아 법률에 위반되는 것이다. SBIA (Security Breach Information Act)이라는 이 조항은 상원위원인 시미티안에 의해 입법 추진됐으며 2년 전부터 발효되기 시작했다.
시미티안은 "누군가 당신의 이름과 신용카드번호, 그리고 기타 정보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를 한다면 그 피해는 당신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이 정보는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만약 체이스가 고객에게 통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나는 또 다른 법률을 입법하겠다"라고 말했다.
카드업체에 쏟아지는 압력
캘리포니아주 대표인 민주당 상원의원 다이앤 페인스타인은 신용카드 업체들이 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에게 이를 알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디스커버의 CEO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카드시스템즈의 사고는 고객 데이터가 제대로 보호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적고 있다.
시미티안과 마찬가지로 페인스타인은 "고객에게 위험을 통보해 신분과 신용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건 필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인스타인은 미국 상원에서 특정 정보의 보안 유출이 있을 경우 고객이 반드시 통보 받도록 하는 법률을 도입했다.
비단 이런 피해는 일반 고객들뿐만이 아니다. 유통업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인증 없이도 최대 50달러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위험경고를 받지 못한 고객들의 카드는 범죄자들에 의해 도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온라인 사기 예방을 위해 결성된 온라인 업체들의 모임인 머천트911(Merchant911.org)의 톰 마호니는 "우리는 신용카드 업체들이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 지금 그들은 비용 때문에 카드를 취소하거나 재발행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인들이 사기극의 책임을 떠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자에 따르면 신용카드 하나를 재발행 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달러 정도다. 만약 신용카드 회사가 이번 사건에서 도용된 4000만개의 카드를 폐기하고 새로 만든다면 12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도 "피해볼 수 있다"
온라인 기반 사업자들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시 카드를 확인할 수 없으며 서명이나 ID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지불수단으로는 특히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온라인 업체들은 일반 오프라인 업체들보다 부정사용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자는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비자 대변인 로제타 존스는 "비자 시스템의 경우 부정 사용률이 0.05% 정도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비자에 따르면 이번 정보 유출 사고 이후 대상 신용카드의 약 2% 만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존스는 "소수의 고객들만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웨스터 버지니아주에서 온라인 자동차 부품 사이트인 하웰 오토모티브를 운영하는 게리 하웰과 같은 기업주들은 이런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는 정보가 유출된 해당 신용카드 모두가 폐쇄되기를 바란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거래의 50건당 1건꼴로 부정사용이 의심되고 있어 그는 더 많은 사기사건과 그에 따른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는 "신용카드 회사들은 범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를 도용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온라인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상품만 날리고 돈까지 지불해야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모든 종류의 보안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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