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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을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앞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은 것은 다행이다. 이 다행스러움의 정체는 그러나 어쩐지 씁쓸하다.
우리가 흔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고 하는 의미는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하고 통상적으로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진출했을 때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환경 속에서, 냉정하고 다소 공평하지 않은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보다 경쟁적이고 치열하다. 방학이란 것도 없고, 고작 며칠 되지도 않는 휴가를 목놓아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대다수가 20대에 시작하게 된 직장생활은 ‘회사생활 = 사회생활 = 인생’이라는 등식으로 우리를 정의하고 규정한다. 일주일의,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된다. 눈 떠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며, 남은 시간 일부를 개인 생활에 할애하게 되는 시간들을 보낸다. 회사를 옮기거나,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거나, 창업을 하거나, 또는 첫 직장을 끝까지 다니거나… 약 30년 가까운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나면 은퇴를 하게 된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청년층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결과’ 자료를 보니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평균 53세에 퇴직하고,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근로자는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정년(55~60세)의 나이는 오래 전부터 관습적으로 정해진 제한 연령이다. 정년이 되면 직장생활을 은퇴하고 퇴직금을 받고, 손주들의 재롱을 보면서 노후를 맞게 된다는 전형적인 모습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처럼 60세의 나이는 많지 않다.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60세’의 나이는 아직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비록 30여 년을 몸담고 있던 조직은 떠나게 되었지만 그대로 물러나서 뒷짐지고 인생을 마무리 하는 나이는 아닌 것이다.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으로 평균 수명은 80세, 90세로 길어질 것이고 그와 더불어 인간의 건강 나이도 함께 연장될 것이다.
그러나 신생아는 줄어들고 있고, 곧 인구의 감소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직면하게 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우리가 너무 일찍 내몰았던 이들에 대해 다시금 후회하는 손짓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른다.
감소하는 인구 속에서 노령 인구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생산성 있는 젊은 사람들이 부담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 그들이 지불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너무 클 뿐만 아니라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한 없이 오래 일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 내부적으로도 이는 인사의 적체나 운영 비용의 증가 등 비효율적인 부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의 삶은 커다랗게 3단계로 나뉘어진다고 볼 수 있다. 1단계는 학교를 중심으로 배움의 기간이고, 2단계는 사회로 진출하여 보다 적극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생산성 제공과 소득을 취하는 기간이고, 3단계는 은퇴하여 소극적 사회 구성원으로 변하는 기간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비해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고, 많은 일을 더 할 수 있다. 남아 있는 긴 노후를 즐기기에는 사회적 비용이나 개인이 축적해 놓은 비용이 그다지 넉넉하지도 않지만, 2단계의 적극적 사회 구성원에는 못 미치지만 아직 충분히 그에 준하는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
‘노후’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너무 이르다. 아직 할 수 있고, 할 일이 많다.
특히 수많은 직종 분야 중에서 IT라는 분야는 미래 50대에 우리의 선배들을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움이 많다. 60세가 넘어 자신이 가진 전문분야를 계속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우리는 이제 학교, 사회를 지나 새로운 단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아직 IT라는 직종은 정년퇴직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지 않은 분야이지만 언젠가는 IT를 열었던 우리의 선배들은 갑자기 우르르 그 시기가 닥쳐 올 것이다.
아직 은퇴한 선배들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그들로서는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아직 충분히 감이 있고 일할 수 있는데 관습적인 정년의 시기가 도래하여 떠 밀려지게 된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인도나 중국처럼 인적자원이 무한정으로 풍부하지는 않다. 그러나 당장 인구확산에 대한 장려를 한다고 해서 원할 때 인구가 늘지도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무작정인 인구의 확산을 통한 생산성의 확대 보다는 현실적으로 각 개인이 가진 생산성을 더 많이 오래 끌어낼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시스템이 필요할 때이다. 아울러 그러한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끌어냄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 그리고 자부심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는 정년퇴직이 없는 직종인 ‘정치인’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만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금씩 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각 개인도 2차 사회 진출을 위해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도 폭넓게 준비를 해야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학교를 떠나서 업무 이외의 자기 계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제 1차 사회 진출 기간에 자신의 업무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2차 사회 진출에 대한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하고, 이는 곧 학습과 이어지게 된다.
1차 사회 진출 기간에 다소 자신이 이루려던 꿈과 다른 삶을 살았더라도 2차 사회진출에서는 이를 새롭게 시작해 볼 수도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누군가를 가르쳐 보고 싶었다면, 2차 사회진출의 기회에서는 그 꿈을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IT라는 직종은 다른 어떤 직종보다 전문적이면서도 호환성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뒤늦은 시작이 그렇게 장애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무더운 여름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많은 IT 분야 종사자들이여,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내 이름에 대한 브랜드를 가져보자. 그리고 그 다음에 새롭게 사회에 다시 진출하는 자신의 미래도 디자인을 해 보자.
삶에, 일에, 사람에 지쳐 있다고 생각해도 뒤돌아보면 우린 아직 절반도 채 지나오질 않았다. 정말 까마득히 많이 남아 있다.
마흔이 넘어 다시 시작해 보는 영어 공부도, 새로운 전공 분야도, 인라인 스케이트도, 수영도, 프로그래밍도, 디자인도, 사업기획도, 스무 살에 시작하는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어차피 우린 아주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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